대법원이 종교적 양심이 아닌 개인의 ‘비폭력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이에 대해 무죄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현역 입영을 거부한 사례가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2017년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재판에서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고, 대학 입학 후에는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 씨는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나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다.
또 A 씨는 자신을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며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와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처벌의 예외 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피고인은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했고, 항소심에서는 36개월간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서 대체복무 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며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병무청은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복무요원들은 전국 주요 교도소에서 육군 현역병(18개월)의 두 배에 해당하는 36개월간 합숙 복무하며 교정시설의 보조업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