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이 태어난 직후부터, 아버지는 딸 목소리를 녹음해왔다.
그런 아버지의 정성은 25년 동안 이어졌다. 딸이 결혼하는 날, 녹음테이프를 깜짝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이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아버지의 꿈은 2003년 2월 18일, 그러니까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를 다루며 피해자와 유족들의 사연을 전했다.
참사 당시 25세였던 윤지은 씨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윤지은 씨의 아버지인 윤근 씨는 딸이 태어난 직후부터 딸 목소리를 녹음했다.
갓난 딸이 옹알거리는 소리부터 처음 말을 배워 “아빠~”라고 외치던 순간, 해맑게 동요를 부르는 목소리까지.
이렇게 딸의 성장 과정을 모두 기록해 딸에게 결혼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딸은 대구 지하철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윤근 씨는 결국 25년 동안 준비해온 선물을 딸에게 건네지 못했다.
윤근 씨는 “이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받지 못할 값진 선물을 받았다고 우리 딸이 생각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딸 목소리를 녹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막상 사고로 가버리니까… 딸 목소리를 이제 나 혼자 듣는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