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1년 동안 억류됐다고 호소하는 평양시민이 있다.
지난 6월 BBC 뉴스 코리아는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공민권’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김련희 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평양에서 재단사로 일했던 김 씨는 지난 2011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해 6월, 그는 중국에 있는 사촌 언니 집으로 두 달 동안 중국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탈북을 주선하는 브로커를 만났다.
간경화를 앓고 있던 김 씨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병을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중국에서는 돈을 못 번다. 한국에서는 2달만 일해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한국행을 제안했다.
그 말에 김 씨는 두 달만 누구도 몰래 한국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비극은 그가 ‘한국으로 간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국경이니 그냥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겼던 것.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건 브로커가 데려간 은신처에서 다른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깨닫게 됐다.
탈북자들은 “두 달 동안 한국에 도착도 못 한다”라며 “국정원에서 3개월, 하나원에서 또 3개월. 그렇게 1년이 된 후에야 사회에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알았지만 이미 여권을 뺏긴 채로 감금됐던 김 씨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국정원 관계자에게 “브로커에 속아서 오게 됐으니 돌려보내 달라”고 사정했다.
이게 또 다른 족쇄가 됐다.
북에는 남편과 딸, 연로하신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권만 나오면 중국을 거쳐 재입북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북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밝히면서 신원특이자로 분류됐고, 여권 발급 신청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여권 발급을 받지 못하자 여권 위조와 밀항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으로 추방될 방법을 고민하다 간첩을 자처하고,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북한으로 망명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가 됐다.
국내법상 김 씨를 북송할 방법은 없다. 국보법 6조에서 북측을 방문하려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김 씨는 지난 2013년과 2020년에 두 차례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 씨의 송환을 돕기 위한 모임 관계자는 “정부는 김 씨의 인도적 송환을 추진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현재의 경색된 남북문제를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 씨는 ‘북한도 살 만하다. 웃음도 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유튜브 방송과 강연 활동을 이어왔다.
4년 전에는 ‘나는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입니다’라는 책도 냈다.
중국 휴대폰을 가지고 북으로 들어간 사람을 통해서 가족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