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풍에 고립된 한국 관광객들 집으로 불러 ‘음식+잠자리’ 내어준 미국인 부부

By 이현주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미국 뉴욕주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눈 속에 갇히고 말았다.

옴짝달싹 못 하던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인근에 살고 있던 미국인 부부였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승합차 한 대가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도랑에 빠지고 말았다.

알렉산더 캠파냐 씨 페이스북

승합차 안에는 신혼여행을 온 최요셉 씨 부부를 포함한 한국인 관광객 10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한 여행사를 통해 지난 21일 뉴욕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당시 뉴욕주에는 겨울 폭풍이 몰아치면서 최대 110cm의 눈이 내린 상황이었다.

졸지에 발이 묶인 이들은 눈을 파낼 삽을 빌리기 위해 길을 나섰다.

눈에 뒤덮인 美 뉴욕주의 자동차.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이들은 인근에 있던 알렉산더 캠파냐 씨의 집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캠파냐 씨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이들을 즉시 집안으로 안내했다.

폭설이 더 올 거라고 예고된 상태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이다.

캠파냐 씨와 아내 앤드리아 씨 또한 며칠간 나가지 못할 것에 대비해 냉장고에 식량을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다.

캠파냐 부부의 집은 한순간에 민박집이 됐다.

침실이 3개인 이들의 집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제설작업 하는 뉴욕주 시민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놀라운 것은 평소에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다는 캠파냐 부부의 집에 김치, 전기밥솥, 맛술,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등 한식 재료가 준비돼 있었다.

캠파냐 부부와 한국 관광객들은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이튿날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이들을 태우러 온 차를 타고 떠났다.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한 최 씨 부부를 뺀 나머지 관광객은 이번 주 내에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캠파냐 부부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 방문에 대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독특한 축복이었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험 덕분에 한국 방문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