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고3 시절 몇통의 문자였을 뿐이지만,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글자들이었지만 너무 따뜻한 말들이어서 아직 그 온기를 잊지 못해요.”
위인들의 자서전에서는 어린 시절 선생님 혹은 누군가가 전한 격려의 말 몇 마디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고백을 종종 볼 수 있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씨가 거대한 결과를 가져온 ‘따뜻한 나비효과’다.
이와 비슷한 사연이 익명게시판인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 숲’에 올라와 이용자들을 정신적으로 고취했다.
4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누나’에 대한 동경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는 사연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인서울을 꿈도 못 꾸던 제가 우연히 누나를 만난 뒤 꼬박 1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고3 수험생 시절, 밤 12시에 자고 새벽 5시 반에 깨며 공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누나”를 꼽았다.
이어 “우연히 만난 누나와 단 몇 통의 연락만으로 인생의 가장 큰 동기부여를 받았다”며 “어쩌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 누나를 좀 더 자주 볼까 봐”라고 덧붙였다.
‘누나’가 친척인지 아니면 단순히 글쓴이와 아는 사이인지, 둘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둘 다 대학생인 것으로 미루어 나이 차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원하던 대학에 입학해 조금은 가까워졌나 싶었지만, 글쓴이에게 아직 누나는 그리운 존재였다.
그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저 많이 어려요”라며 누나의 친절한 위로를 갈구했다. 대학생활에 적응하며 겪는 외로움과 고민 속에서 고3 시절 누나가 건넸던 따뜻한 말이 더욱 그리워진 듯 했다.
또한 누나에게 ‘남자’로 보이기 위해 벌였던 자신의 치기어린 행동에 대한 ‘이불킥’도 시전했다.
글쓴이는 “지난번엔 센척해 보이고 싶어서 누나랑 나이 차가 많이 안 난다는 거 어필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어요”라며 행동들을 밤에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잠도 못 자고…”라고 후회했다.
아울러 “아직 혼자 버티는 법을 잘 몰라요. 단지 지금 누나 생각이 엄청나게 난다는 거예요”라고 수줍은 속내를 고백했다.
아직 20대인 누나에 대한 풋풋한 걱정도 털어놨다. 그는 “요즘 들어 카카오톡도, 인스타그램도 안 하는 누나가 나처럼 아직은 세상에 놓이기엔 어려서 힘든 건 아닌가”하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누나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그냥 가만히 들어볼게요. 기왕이면 겨울이 좋겠어요. 눈 오는 날. 우연히 만난 그날도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여름이니까 조금만 더 혼자 견뎌볼게요”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대나무숲을 사각거리는 바람 같은 글에 “이게 사랑이지” “내가 원하는 연하는 이런 연하” “참 좋다… 말이 예쁘다”라는 댓글들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