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종양 수술’ 받으며 9시간 동안 색소폰 연주한 음악가

By 연유선

이탈리아의 한 음악가가 9시간에 걸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 동안 색소폰을 연주해 화제다.

1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GZ'(35)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이탈리아 음악가가 뇌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마에 있는 페이데이아 국제병원에 입원했다.

종양은 뇌의 민감한 부분에 퍼져 있었다. 집도의들은 뇌 기능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으면서 종양을 제거할 방법을 고심했다.

의료진은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GZ에게 수술 중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각성 수술’을 제안했다.

CANVA (기사 내용과는 관련없는 사진)

각성 수술은 환자의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하면서 특정 활동에 따른 뇌파 변화를 관측하는 방법이다. 두개골을 절개할 때 마취한 뒤 나중에 환자를 깨워 수술한다. 뇌에는 고통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깨어난 환자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GZ가 각성 수술에 동의하자 의료진은 그에게 생활하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음악가인 GZ는 ‘색소폰 연주’라고 답했다.

색소폰 연주는 각성 수술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각성 수술에는 말하기, 기억하기, 숫자 세기, 타인과의 교감 등의 활동이 필요한데 색소폰 연주는 이 모든 것을 포함했다. 어느 곡을 연주할지 설명하는 것, 악보를 기억해 내 연주하는 것, 박자를 속으로 헤아리는 것,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 등이 각성 수술의 필요 조건과 들어맞았다.

CANVA

GZ는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종양이 제거되는 동안 이탈리아 국가, 영화 ‘러브 스토리(1970)’의 주제곡 등을 반복해서 연주했다. 10명의 의사가 뇌파 분석 장비를 이용해 GZ가 연주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발히 활동하는지 분석하며 종양을 신중히 구별해 내 제거해 나갔다.

9시간의 대수술 끝에 GZ의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GZ의 수술 집도를 맡은 크리스티안 브로그나는 겉보기에는 같아 보이는 뇌도 환자의 직업과 성장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방식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뇌 관련 수술을 개인에 맞춰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성 수술이 거의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GZ는 수술 중 별다른 두려움이나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현재 퇴원해 건강하게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