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7일 “29세 이진주씨가 지난 15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이씨가 남긴 인체조직은 조직 손상으로 장애를 가진 100여 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3일 지인들과 식사하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급히 응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뇌사 추정 상태가 됐다.
갑작스러운 일에 힘들어했던 가족들은 이씨의 마지막이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체조직 기증을 결심했다.
그렇게 이씨는 지난 15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100여 명을 살리고 눈을 감았다.
이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1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고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홀로 동생을 키웠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를 차분하고 내성적이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버지 이윤식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와 헤어지고 혼자 키워서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외부로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 탓에 애들을 잘 챙기지 못한 게 한이 된다. 진주가 10살 때부터 동생을 데리고 밥을 해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이대로 진주를 보낼 수는 없었다. 마지막 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따뜻한 사랑을 나눈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다”며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으니 하늘에서 기뻐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