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끝날 거야. 그리고 우리 나중에 좋은 곳에서 만나자”
누군가에게 새 삶을 선물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해주는 마지막 말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초의 승부사 특집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신혜림 씨가 출연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장기이식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여 이식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돕는 전문 간호사다.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를 연결하고,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조정 및 중재를 하고,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관리 및 책임을 맡는다.
신 씨는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가 4만 명 정도로 굉장히 많다”며 “이식 가능한 장기는 간, 신장, 심장, 폐, 소장, 췌장이 있고, 장기별로 골든타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사 환자분들에 대한 기증을 유족들에게 권유할 수 있다”면서 “기증에 대해 제가 감히 권유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려운 자리를 매번 겪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번 똑같은 분위기, 똑같은 표정, 똑같은 말과 대답. 하지만 좀처럼 익숙해 지지 않는, 매번 똑같이 어렵고 힘든 자리.
신 씨는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설득하면서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정적이 많은 상담이다. 이 단어를 뱉어도 될까. (모든 말과 행동이) 다 조심스럽다. 살얼음판 같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들지 않은 사람이 나일 것이다”
드문 일이지만, 수술실 앞에서 기증자와 그 가족을 만난 적 있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열다섯 된 딸이 마지막 순간 낯선 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어렵게 장기기증을 허락한 부모님.
장기를 가지러 갔다가 신 씨는 수술실 앞에서 어머니가 딸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을 우연히 들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얼굴을 감싸고 볼을 마주 댄 채 “금방 끝날 거야, 그리고 우리 나중에 좋은 곳에서 만나자”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신 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부터 나더라. 말, 그날의 공기, 어머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들어가기 직전에 전 의료진이 기도를 드리면서 조심스럽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다 같이 묵념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기증자 가족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