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벨로 주교, 아동 성 학대 의혹…“입 막으려 돈 줬다”

By 연유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74) 로마 가톨릭교회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에서 소년을 성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가톨릭 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성추행 사건을 다루는 교황청 부서가 2019년 벨로 주교와 관련한 의혹을 접수했고, 1년 이내에 제재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교황청은 벨로 주교의 행동 범위와 사역 활동을 제한하고, 미성년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브루니 대변인은 “지난해 11월에는 제재가 더욱 강화됐다”며 벨로 주교 역시 공식적으로 처벌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교황청의 성명은 네덜란드의 한 주간지가 벨로 주교의 미성년자 성학대 의혹을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네덜란드 주간지 ‘더 흐루너 암스테르다머르’(De Groene Amsterdammer)는 벨로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 딜리에 살면서 자신의 집 등에서 10대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주교가 되기 전인 1980년대에는 살레시오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일하면서 10대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했다.

주간지는 벨로 주교의 성학대 피해자 2명의 증언을 보도했다. 

‘파울로’라는 가명의 피해자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있는 주교 관저에서 벨로 주교에게 성 학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15살이나 16살이었을 때 미사가 끝난 뒤 주교가 자신의 거처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주교가 그의 옷을 벗기고, 어루만지고, 그에게 성행위를 시켰다고 증언했다.

‘로베르토’라는 가명의 피해자는 “주교가 그날 밤 나를 성폭행하고 성적으로 학대한 뒤 아침 일찍 나를 내보냈다”며 “아직 어두워서 집에 가기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줬다. 내가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폭로했다.

매체는 피해자 두 명의 증언을 토대로 벨로 주교가 가난한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뒤 돈으로 입막음 했다며 아직 나서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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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분리 독립운동을 이끈 벨로 주교… ‘노벨 평화상’수상

벨로 주교는 1983년 35세에 딜리 교구의 사도 행정관으로 임명돼 동티모르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됐다.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잔혹한 폭정에 시달리며 극심한 탄압을 받고있었다. 학살, 질병, 기아 등으로 약 10~3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추방도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벨로 주교는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90%에 가까운 동티모르에서 꾸준히 종교활동을 이어갔고, 동티모르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특히 동티모르 지역을 지배했던 인도네시아 독재 정권의 잔혹행위와 이로 인해 동티모르 국민들이 처한 어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벨로 주교는 이처럼 동티모르의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호세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한편 AP통신은 노벨 위원회와 유엔에 벨로 주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