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싸우면 또 한국인 노려” 10대 강도에 맞서다 숨진 LA 한인 상인

By 이현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바시장에서 50대 한인 업주가 10대 강도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딸이 온라인에 올린 절절한 추모 편지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ABC7’

8일(현지 시각)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선 2인조 10대 강도들과 맞서 싸우다 사망한 이두영(56) 씨의 딸 채린씨가 올린 모금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씨의 장례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일 개설된 이 페이지는 이틀 만에 모금액 목표인 5만 달러(약 7000만 원)를 넘어섰다.

모금 4일째에는 8만 7000달러(1억 2000만 원) 이상 금액이 모였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씨는 LA 자바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가발 상점을 운영해 왔다.

유튜브 채널 ‘ABC7’
유튜브 채널 ‘ABC7’

이 씨는 지난 1일 매장에 침입한 두 명의 미성년자 강도와 맞서 싸우다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이 씨의 딸 채린 씨와 자바시장 상점 주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과거에도 강도에 맞서 싸우다 다친 적이 있다.

채린 씨는 모금페이지에 올린 추모 글에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본인이 나서지 않으면 시장 내 한인 매장 상인들을 겨냥한 범죄가 더 늘어날까 봐 맹렬히 맞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웃들이 울면서 아빠를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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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금이라도 집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데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현실이 아닌 것 같다”라며 “평소처럼 일상을 하다가도 문득 눈물이 앞을 가린다”라고 적었다.

또 “아빠는 옳은 일을 한 것이고 많은 사람이 기억해 줄 것”이라며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한다”라고 못다 한 말을 전했다.

용의자들은 현장을 달아났으나 경찰에 곧 체포됐다.

LA카운티 검찰은 5일 17세 남성과 17세 여성을 각각 1급 살인 및 2급 강도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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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보석금 없이 구금됐다.

현지 한인 상인들은 이번 일이 예견된 일이었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씨와 같은 시장에서 일하는 한 한인 상인은 “과거에 비해 날치기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2~3인조 등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좀도둑들이 눈앞에서 물건을 훔쳐도 흉기를 소지하고 있어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튜브 채널 ‘AB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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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A 자바시장에서는 숨진 이 씨를 기리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촛불 집회 참석자들은 “이 씨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바시장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물건을 훔치려 하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 씨에게 얘기했지만, 이 씨는 ‘내가 당하면 다음 차례는 당신이고 계속해서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라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