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875초 만인 오후 4시 14분 36초. 누리호 3단에서 발사된 성능 검증 위성이 지구 700㎞ 궤도에 안착했다.
지난 12년 3개월 동안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발진은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누리호는 1, 2, 3단 엔진과 발사대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 발사체이다.
사실 한국형 우주발사체라고 하면 ‘나로호’가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2단 발사체였던 나로호는 1단 엔진을 러시아가 만들었다.
반쪽짜리에서 벗어나 완전한 우리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2010년 시작된 누리호 개발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우주 분야에서 오직 우리만의 힘으로 답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실시한 첫 엔진 연소 테스트의 불꽃은 채 10초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항우연 개발진은 12년 3개월 동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을 진두지휘해온 고정환 본부장은 22일 조선일보에 “러시아와 나로호를 개발할 때 ‘너희들이 뭘 아냐’는 식으로 우리를 무시했다”면서 “누리호는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 조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움 없이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마침내 실시한 1차 누리호 발사가 실패한 후 개발진은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두 달간 밤을 새우며 비행 정보를 담을 데이터 2,600건을 역추적했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발사체를 언제 만들지 모르는 깜깜한 시절이 있었다”며 “이제부터는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누리호 사업에는 300여 국내 기업의 엔지니어 500여 명도 참여했다.
누리호의 국산화율은 94%에 달한다. 부품 37만 개 중 기성품과 일부 소형 부품을 빼면 전부 국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