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정상에서 ‘사격 자세’를 취한 채로 발견된 한국전쟁(6.25 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해당 유해의 신원이 고(故)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또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조사를 거쳐 조 하사의 딸 영자 씨를 찾아냈으며, 유전자 분석으로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했다고 알렸다.
조 하사의 유해는 소총을 겨누고 있는 듯한 자세로 발견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조 하사는 192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터지자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두고 1952년 5월 제주도 제1훈련소에 입대했다.
이후 국군 제9사단 30연대에 배속돼 1952년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백마고지는 국군 9사단과 중공군이 서로 차지하려고 12차례나 공방전을 벌이며, 그 속에서 7차례나 주인이 바뀌었을 만큼 접전인 지역이었다.
고인의 딸 조영자 씨는 부친의 신원 확인 소식에 감격하여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 와 맛있게 먹었는데, 자녀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신 것 같아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국방부는 이날 인천에 있는 유족 자택에서 고인을 위한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연다.
한편 군 당국이 지난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조 하사를 포함해 모두 185명이다.
반면 유해가 발굴됐으나 비교할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없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전사자 유해는 1만여 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