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한 번 가려면 눈치게임이 필수다.
큰맘 먹고 가는데 사람이 몰리면 줄만 서다가 볼일 다 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매직패스’가 있다면 긴 시간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다. 돈으로 시간과 편의를 사는 셈이다.
그런데 두 아이를 둔 한 아빠가 ‘매직패스’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공정의 시작 롯데월드 매직패스’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글쓴이 A씨는 초등학생 남매를 데리고 롯데월드를 다녀온 후 ‘매직패스’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놀이기구를 타려고 1시간 이상 줄을 섰는데,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가 5분 정도 후에 바로 탑승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매직패스 5회권은 49000원, 10회권은 89000원이다.
매직패스 5회권은 5만원 대인 자유이용권에 맞먹는다.
A씨는 아내가 매직패스를 구입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상술에 치가 떨려 돈을 더 쓰고 싶지도 않았고, 돈을 더 내고서 정상적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과 다른 특별혜택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특별한 혜택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구입하였으니 당연하다’며 저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악질적 상술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점심시간 줄을 서는 유명한 순댓국집을 예로 들었다.
1만 원에 순댓국을 팔던 사장님이 어느 날부터 ‘2만 원짜리 매직순대’라는 메뉴를 내놓고서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들어가서 먹게 한다면 어떻겠냐는 것.
A씨는 “밥 먹는 식당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상술적인 부분에서는 똑같다고 본다”라며 “매직순대를 팔고 싶다면 기존 좌석을 나눠서 운영할 게 아니라 그 옆에 가게를 임차해서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직패스는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불평등의 시작이라고 보였다. 수많은 어린아이들과 학생, 20대가 매직패스를 보며 무엇을 느낄까요?”라고 반문했다.
A씨는 “매직패스를 이용한 자는 ‘역시 돈을 더 내면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줄서는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라는 우쭐함을 갖지 않겠냐. 이게 갑질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반면, 매직패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나는 종합이용권에 불과하니 그럴 수 있겠다’라며 갑질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일종의 세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매직패스는 줄 서는 일반 이용객의 시간을 파는거다” “돈이면 다 되는구나 하는 거 배우겠지” “나도 매직패스 쓰면서 이렇게 새치기를 해도 되는 걸까 찝찝했다” “돈주고 새치기권 사는 거지” “가서 줄 서본 사람들은 알지” “어린아이들 대상인 만큼 지양해야 될 것 같긴 함” 등의 댓글로 대부분 그의 의견에 공감했다.
반면 일부는 “애초에 놀이공원 서비스는 사치재임” “백화점 VIP나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도 같은 개념 아닌가” “공산주의도 아니고 돈 주고 이 정도 혜택도 못 받나” 등 의견을 내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