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이 25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웨일스에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6으로 대패하며 위기에 몰린 이란은 이날 경기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이란 선수들에게는 축하가 아닌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 등 외신은 이들이 귀국하면 처형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부르지 않고 전원 침묵했다.
이는 현재 이란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모습에 관중석에 있던 수천 명의 이란 팬 중 일부는 눈물을 터트렸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관중들 역시 이란 국가가 묻히도록 소리를 질러주기도 했다.
이란 선수들의 침묵이 전파를 타자 이란 국영 TV는 경기 생중계를 중단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던 20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의 죽음 이후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여성들에 대해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아미니가 단속반 직원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반정부 시위는 들불처럼 번졌다.
10대 학생까지 시위에 나섰고 유명 여자 스타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며 지지를 표했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현재까지 460명 넘게 숨졌고 1160여 명이 다쳤다.
이란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던 부리아 가푸리도 아미니를 공개적으로 애도하고 정권을 비판한 혐의로 체포됐다.
인권운동가들은 국가에 침묵으로 대응한 이란 선수들 역시 실제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최근 무더기로 사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란 정부는 오히려 카타르 월드컵을 여론 일신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개막 전 선수단을 불러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노력은 적국(미국 등)의 계략에 빠져 있는 이란 국민의 공감과 단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 팬들은 월드컵을 반전 도구로 삼으려는 정부를 규탄하며 “축구가 정부의 선전 도구로 활용될 수 있어서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