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생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이다.
인간의 생존이 가장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단연 전쟁이라 할 수 있고, 군인은 전쟁에서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운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누리꾼이 군 복무 당시 읽었던 글이라면서 미국 육군참모대학 전략연구소가 이라크 전쟁 참전 병사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2017년 12월 4일가 국방일보 기사를 정리한 이 게시물에 따르면, 미국 군사회학자인 사무엘 스토퍼는 2차 세계대전 참전 병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병사들의 전쟁 동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두 가지는 ‘빨리 전쟁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서’와 ‘전우들을 위해서’였다. 의외로 애국심, 충성심, 이데올로기 등은 전투 동기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총 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Men Against Fire, 1947)’이란 책을 쓴 마셜 장군은 “병사로 하여금 계속 전투에 임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진리는 동료의 존재 그 자체”라고 단언했다.
군인들에게 ‘동료’는 진영과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전투 동기였다. 이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한국전쟁의 전투 동기를 분석한 로저 리틀은 “수개월씩 함께 전투에 참여한 전우들 간에는 견고한 전우애가 형성되었고, 이것이야말로 생존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동료들과의 깊은 유대가 생존을 위한 이기적 욕망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전투 수행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병사들 간의 사회적 결속이 강해질수록 간부들이 부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임무적 결속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반대 의견도 있다.
미국 육군참모대학 전략연구소에서 펴낸 도서 ‘그들은 왜 싸우는가:이라크 전쟁에서 전투 동기(Why They Fight: Combat Motivation In The Iraq War)’에서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이라크전에 참가한 미국 병사들과 이라크 병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이라크군의 가장 큰 전투 동기는 ‘강압’이었다. 탈영병들은 공개처형과 가혹한 처벌을 받았고, 그들의 부모까지 투옥됐다.
지휘관들은 정치적 이유에서 임명된 자들이었기에 군인으로서의 전술적 능력도, 병사와의 상호 존중도 없었다. 당연히 기본적인 전우애도 없었다.
반면 미군의 전투 동기는 명확했다. 바로 ‘동료를 위해 싸운다’였다.
미군은 부대 생활과 훈련, 전투를 함께 수행하면서 친밀감과 연대감을 느꼈다. 그렇게 강한 사회적 결속을 형성했다.
이러한 사회적 결속으로 인해 병사들은 “나의 실수로 전우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유대감을 형성한 조직 내에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런 책임감은 임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조직에 대한 신뢰가 쌓여 ‘전투에서 이들은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변했고, 이는 전장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전우의 주특기 숙달 정도, 복무 기간 등은 이러한 믿음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 오직 상호 간의 신뢰와 결속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대다수의 병사가 이라크 인민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되찾아 주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고 한다. 이는 남북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과는 다른 경향이었고, 애국심과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가치였다.
한 종군기자는 “여기에 있는 많은 병사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이라크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썼을 정도였다.
병사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어린이가 달려와서 좋아하는 모습만큼 큰 보상은 없다. 그들이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결국 병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투 동기는 ‘전우애’와 ‘도덕적 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