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을 누구보다 사랑한 방송인 고(故) 송해의 여러 일화들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송해와 지낸 1년간의 기억을 회상했다.
오 교수는 송해의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의 저자다. 그는 집필을 위해 1년간 송해와 함께했다.
그는 “세월호 때였다. 몇백 명이 졸지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웃고 이게 안 되니까 KBS에서 한 두세 달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이 있다”고 회상하면서 당시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악단을 도운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녹화를 안 하니 악단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지 않나. 그때 이분(송해)이 올라가서 담판을 지었다”며 “대단하신 분”이라고 했다.
당시 송해는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동안 전국노래장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해줘라. 돈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라고 말해서 밀린 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다”라며 악단을 대신해 앞에 나서주었다고 한다.
오 교수는 생전 송해가 ‘공평하게’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해가 녹화 현장에게 공무원에게 호통을 쳤던 일화를 꺼냈다.
그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오자 (송해가) 뭐라 하셨다”며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 송해가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고 했다.
당시 송해는 공무원에게 “당장 치워라.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들이 다 긴장한다”라며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 교수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에 따르면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촬영 지역의 대중목욕탕에 방문했다고 한다. 거기서 만난 지역 주민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미리 나눠야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가깝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송해는 1988년 5월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던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지난 4월에는 95세 현역 MC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