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당시 파견된 재난의료지원팀(DMAT)까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출동한 총 15개 DMAT 중 일부가 특수본의 수사망에 올라 조사를 받았다.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한 서울대병원 DMAT은 수사 요청을 거부했고, 한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DMAT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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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받은 의료진 A씨는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는데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 당황했다”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소방이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웠던 순천향대서울병원에 70여 명을 보낸 것이 잘한 일이냐” “소방이 재난 환자를 분류할 수 있냐, 살았는데 죽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토로했다.
조사 이후에는 경찰이 지속해서 연락하며 업무를 방해했고, 그는 압박 수사로 인해 악몽을 꾸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나도 잘못하면 처벌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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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회에서는 소방과 보건소의 불통으로 인해 DMAT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심정지 환자가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몰리면서 중환자들은 더 먼 병원으로 이송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수본도 당시 재난응급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응급환자의 응급환자의 이송 및 치료 등에 지연이 발생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난의료지원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학병원 DMAT에게도 지연 출동을 이유로 칼끝을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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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난 상황을 인지하고 사상자를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고,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DMAT의 출동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의료계에서는 “법적 보호 테두리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의료진이 재난 상황에서 출동하겠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DMAT가 국정조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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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특수본은 이번주 안에 용산 지역 경찰·소방서장과 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구속영장 신청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