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5까지밖에 못 세는 사람 25까지 셀 수 있게 해줄 속성 강사 모십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일주일 단기 알바를 고용했다.
하지만 29살인 이 알바생은 숫자도 제대로 세지 못했고, 일을 가르치던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리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2년 후, A씨는 알바생이 최근 회사 정직원으로 채용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사연의 전말은 이랬다.
2020년 6월 A씨 회사에서 일손이 필요해 업체를 통해 알바생을 고용했다.
일은 단순했다. 9칸 자리 박스에 물건을 각각 지정된 위치에 수량만큼 넣고 뚜껑을 닫아 라인에 올려놓는 것.
그런데 알바생이 온 후 25개 넣어야 하는 칸에 물건 개수가 들쑥날쑥했다.
19개, 30개, 22개 등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 편차가 컸다.
A씨는 알바생에게 “일이 어렵냐?”고 물었고, 긴장해서 그랬다고 우물쭈물하는 말에 그냥 넘겼다.
다음 날 아침, 같은 문제가 발생한 걸 알게 된 A씨는 다시 알바생을 찾아가 일하는 걸 지켜봤다.
알바생은 손가락을 다섯 개씩 접으며 물건을 넣고 있었고, 그마저도 15를 넘어서면 어려워했다.
A씨는 알바생을 불러 “수량 체크하는 일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 혹시 숫자를 세지 못하냐?”고 물었다.
알바생은 15까지가 한계라고 답했고, 잘릴까 봐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알바생을 파견한 업체에 따지니 ‘어려운 일 아니라고 하셨잖아요?’라고 했고, 새로운 사람은 다음날이나 되어야 파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루를 날릴 수 없었던 A씨는 급한 대로 A4용지에 제품사진을 실사 크기로 뽑아 알바생에게 줬다.
그곳에 제품을 하나하나 다 올리고 나서 박스에 넣으라고 하니, 알바생은 “그럼 안 잘리는 거냐”라며 좋아했다.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알바생의 근황을 전했다.
아웃소싱 출신으로는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정직원에 됐다는 것.
A씨가 도움을 준 이후로도 실수가 잦아 자리가 위태로웠던 알바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숨은그림찾기 고수였던 알바생은 라인 위를 지나는 제품 측면의 설치상태를 확인하는 공정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냈다.
덕분에 제품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게 급감했다.
A씨는 “실적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정직원 채용돼 엄청 좋아했다”라며 “작업자들도 다들 인정한다. 너무 잘 찾는다고 별명이 ‘박써치’다”라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공정 바뀔 때마다 프린트해서 새로 가져다주고 간간히 수량 틀린다는 말 들을 때마다 진짜 귀찮았는데 지금은 너무 고맙다. 저 사람 없었으면 못 해도 불량률 5% 이상은 뛰었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능력이 있었고 그걸 알아봐 주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글쓴이도 너무 좋은 사람이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박써치 ㅋㅋㅋ 별명도 잘 지었네” “진짜 잘됐다” “안 자르고 기다려준 사람들도 정말 고맙다” 등 훈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