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구 국가대표 선수 김영희 씨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숭의여고 출신인 그는 키 200㎝의 최장신 센터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 올림픽 은메달, 체육훈장 백마장과 맹호장 등을 받았다.
그러나 실업농구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중 1987년 11월 말단비대증 판정을 받으면서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의 과잉 분비로 손발과 안면 등은 물론 혀와 같은 연부 조직까지 커진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뇌종양, 저혈당 및 갑상선 질환, 장폐색 등 합병증도 그를 괴롭혔다.
고인은 지난 2021년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을 통해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당시 2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던 소식을 전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농구계 인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 달에 체육 연금 70만원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는 소식에, 서장훈과 허재가 치료비를 보탰다고 한다.
그는 “정말 마음이 따뜻하다”라며 “너무나 커서 많은 사람에게 부담을 드리는 게 죄송하지만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더불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도 털어놨다.
잠깐 집 밖을 나설 때면 사람들이 ‘와 거인이다. 저게 남자야 여자야. 저것도 인간인가’라며 웃었고, 중학생 20명이 집으로 몰려와 ‘거인 나오라’며 문을 두들긴 적도 있다고.
그는 장애인 봉사를 이어가며 아픈 마음을 치유했다고 밝혔다.
한편, 1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 경기에서는 시작에 앞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 묵념이 진행됐다.
고인의 발인은 4일 오전 8시 30분 부천 다니엘 장례식장에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