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공제품 기업 푸르밀이 계속된 적자로 다음 달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 가운데 소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직원의 글이 누리꾼들을 울렸다.
지난 17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닉네임이 ‘가나초코최애’인 한 푸르밀 직원이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 A씨는 “푸르밀은 나의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라며 운을 뗐다.
A씨는 어릴 때 마시던 검은콩우유, 엄마가 마트 다녀오실 때마다 사 오셨던 비피더스, 기분이 울적한 날마다 자신을 위로해줬던 가나초코우유가 곧 사라진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 늘 궁금했었다”라며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나의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A씨는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라며 “잘 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직원들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문을 닫는다”라며 “참 많이 아쉽고 슬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아쉬워하는 사람들,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라며 “관리자로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듣고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억이었다’고 말해주는 소비자님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참 고맙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저도 수많은 소비자의 손길, 가슴 한쪽에 오래 남기겠다”라고 전했다.
글을 접한 누리꾼은 “애사심이 느껴진다”, “그동안 만들고 지켜줘서 고맙다”, “주인의식 갖고 일하는 직원이 있는데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니 가슴 아프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1978년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 기업으로 설립된 푸르밀은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필두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이후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등이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한때 연 매출 3000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 신준호 회장과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하면서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푸르밀 노조는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