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던 청년이 오랫동안 앓아왔던 우울증이 갑자기 심화해 무단결근을 했고, 결국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딱한 가정사가 우울증의 원인이었고, 청년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선처를 바라고 있다.
10일 한겨레는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의 한 법원 재판정 피고인석에 섰던 청년 A(23) 씨의 사연을 전했다.
사연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된 A 씨는 지난 2~3월에 걸쳐 모두 8일 동안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았다.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병역법에 따라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 씨와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결근의 이유가 오랫동안 앓아왔던 우울증이라고 호소했다.
사실 A 씨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지 오래된 어머니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사이에서 컸다. 자라는 동안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대부분 할머니와 큰아버지 부부가 A 씨를 돌봤고, 2017년부터는 A 씨의 어머니를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줬다. 형사재판 준비를 위해 변호인을 함께 만나러 간 것도 이 활동지원사였다.
A 씨 가족의 수입은 어머니의 장애수당 20~30만 원과 아버지가 드문드문 건설 현장에 나가 받아오는 일당이 전부였다. 세 가족이 백만 원 남짓한 돈으로 한 달을 버텄던 것이다.
A 씨는 그간 심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우울증이 심해져 결근했지만, 근무지 동료도 가족도 이유를 몰랐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 씨 어머니의 활동지원사는 “A 씨가 원래도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밥도 방에서 혼자 먹고, 방 안에 빈 그릇 쌓아두고 치우지 않는 일도 많았다”며 “최근 들어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A 씨가 친척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성품이 참 좋은 가족들인데, 세상 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A 씨와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런 사정을 참작해 다시 한번 열심히 살 수 있도록 관대한 판결을 내려달라”며 “지난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있고, 선처해 주신다면 열심히 복무하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A 씨에게는 최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A 씨가 기소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이탈’ 혐의는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A 씨의 선거공판은 오는 24일 오전에 열린다.
A 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안타깝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