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뒤, 이제 막 수험생 신분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겨울방학을 즐기려던 고등학교 3학년 김모 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우등생으로 학교 수석을 도맡아온 기특한 학생이었다. 원하는 대학 입학도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런 김군은 부모님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사실 너는… 부잣집 아들이었단다”
말도 안 되는 이같은 사연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4년 10월이었다.
19살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이모 씨 부부는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아들 이모 군의 수술 준비를 하던 중, 아들이 자신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들 부부는 아들 몰래 유전자 검사 및 병원 기록 검사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들을 출산했던 산부인과의 실수로 다른 집 아이와 친아들이 뒤바뀌었다는 날벼락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씨 부부는 부유한 형편으로, 아들 이군은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났다.
그런 이씨 부부의 진짜 아들은 넉넉지 못한 형편의 김모 씨 부부 밑에서 자라났다. 김군은 우등생으로 자라나 가난한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장성할 때까지 키워온 아들이 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였고, 친아들은 생판 남의 집에서 어렵게 컸다는 사실에 이씨 부부는 절망한다.
김씨 부부도 곧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두 어머니는 기른 정과 낳은 정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면서도 두 어머니는 그해 고3으로 수험생이었던 아들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수능이 끝나고 나서야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아들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군을 길러 준 부모는 김군을 돌려보내고 싶어 하지도, 친아들인 이군을 데려오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부유한 집에서 성장한 이군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으며 난치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군 또한 키워주신 부모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며 친부모에게 돌아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