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더 많이 낳게 하려고 닭을 15일 동안 굶기는 ‘털갈이’ 현장

By 이서현

현대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달걀이다.

우리나라 연간 1인당 달걀 소비량은 268개.

맛도 좋지만 완전식품으로 불릴 만큼 각종 영양분을 고루 함유한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달걀이 우리 밥상으로 오기 위해 수많은 닭이 배고픔의 고통에 몸부림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07년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동물공장-산란기계, 닭’ 편이 재조명됐다.

당시 프로그램은 가혹한 환경에서 길러지는 닭의 사육실태를 고발했다.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양계장의 닭들은 가로, 세로 각각 30cm의 다단식 닭장에 3마리씩 갇혀 있었다.

움직일 수도, 맑은 공기를 쐬지도 못한 닭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주변 닭을 쪼는 것으로 풀었다.

내장이 터질 때까지 쪼임을 당하다 죽어 나가는 닭도 부지기수였다.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이를 해결하려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면 좋겠지만, 많은 이가 선택한 방법은 닭의 부리를 뭉뚝하게 잘라버리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없이 시들시들해지다 산란율이 70%~80% 이하로 떨어지면 또 다른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방송에서는 닭을 짧게는 10일 길게는 15일까지 굶기는 털갈이 현장이 나왔다.

닭을 이렇게 장기간 굶기면 깃털이 빠졌다가 다시 나면서 산란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닭들은 사료통을 연신 쪼아대며 배고픔을 달랬다.

농장 관계자는 “보름을 굶겨버렸는데 얼마나 배고팠겠나. 사료통 뚫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라며 “나중에는 닭들이 다 지쳐 까무러친다”고 말했다.

닭이 털이 나고 다시 자라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그게 눈에 띌 정도면 비정상인 상태다.

농장에서는 산란율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털갈이에 들어갔고, 그 후 3~4개월 정도는 닭이 알을 더 많이 낳게 된다.

왕란이라 불리는 큰 달걀이 60%까지도 나오지만 지속성이 없고 닭한테도 해롭다.

그 과정에서 만 마리당 3백~4백 마리는 털갈이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털갈이 후 4개월이 지난 닭들은 도계장으로 보내져 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 원료로 쓰인다.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유튜브 채널 ‘KBS 환경스페셜’

결국 조금 더 큰 달걀을 많이 얻고자 닭을 그렇게 긴 시간 굶긴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닭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면서까지 달걀을 먹어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다.

누리꾼들은 “진짜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 “방목해서 키운 동물복지 달걀 먹자” “저런 윤리적 문제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는건가” “굶기는 것도 그런데 기본적인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ㅠㅠ” “정말 충격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 싶지는 않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KBS 환경스페셜 ‘동물공장-산란기계, 닭’편은 2008년 도쿄지구환경 영상제에서 ‘EARTH VISION Award’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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