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말 1점차 상황에서 “웃어” 사인 주고받는 고교야구 선수들이 포착됐다

By 안 인규

연장전 10회말, 1점차 상황에서 중압감을 가득 안고 선 투수에게 포수가 소리쳤다.

“웃어!”

최근 개최된 2022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통칭 고시엔)에서는 세이료 고등학교와 텐리 고등학교의 1차전 경기가 치러졌다.

두 고등학교는 9회말까지 접점을 펼치며 2대 2로 동점을 기록했고, 이에 10회 연장전이 이어졌다.

자칫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했다간 경기는 그대로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

위기의 상황에서 수비에 나선 세이료고의 투수 타케우치 선수(2학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멀리 그라운드 맞은편에 있던 3학년 선배이자 주장 겸 포수인 사사키 선수가 타케우치를 향해 사인을 보내는 장면이 경기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포수 마스크를 벗은 사사키는 양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콕콕 찌르는 사인을 보내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사사키의 입모양은 “와랏테(笑って)”, 우리말로는 “웃어”였다.

주장이자 선배로서, 또 팀의 동료로서 긴장을 풀어주고 다독이기 위함이었다.

많은 경기와 훈련으로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의 사사키는 “웃어”라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를 다시 척 눌러썼다.

사사키의 입모양을 읽은 타케우치 또한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숨을 골랐다.

이날 경기는? 세이료고가 2점을 더 내서 승리했다.

사실 주장 사사키의 웃으라는 사인은 세이료고 야구팀에서 대대로 이어지는 파이팅 사인이라고 알려졌다. 유래는 이렇다.

지난 2014년 열린 고시엔 지역예선 결승 경기. 세이료고는 다른 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0대 8로 처참하게 지고 있었다. 그렇게 9회말이 왔다.

세이료고 선수들은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그때 문득 당시 투수가 마운드에서 포수와 함께 “야, 우리 즐기자. 질 땐 지더라도 반드시 웃자”라는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들은 다른 모든 선수들은 웃으며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히려 상대 팀 선수들이 “쟤들 왜 저래?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지?”라며 압도당했다.

그리고 9회말, 세이료고는 9점을 뽑아내며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이후 세이료고의 슬로건은 “웃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