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매버릭’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눈치를 보던 할리우드의 관행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탑건: 매버릭’은 전미 4735개관에서 개봉되며 개봉 첫 주말 1억2400만달러(약 1550억원) 수익을 올렸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모든 영화 중에서 최고 기록이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역시 2억6천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대만에서도 첫 주 박스오피스 8150만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톰 크루즈는 트위터에 “영화를 봐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올리며 자축했다.
‘탑건: 매버릭’은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해 언론과 평가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의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7%를 기록하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미국, 영국, 대만 등 글로벌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주연 톰 크루즈가 극중 착용한 항공점퍼에 부착된 휘장에 일본과 대만 국기가 재등장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이 항공점퍼는 1986년 개봉한 전작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입고 나온 것으로, 원래 등뒤에 부착된 휘장에 미국 국기, 유엔(UN)기, 일본 국기, 대만 국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2019년 개봉된 ‘탑건: 매버릭’의 예고편에는 일본과 대만 국기가 사라져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중국 정보통신(IT)기업 텐센트가 자금을 댄 것이 원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할리우드가 중국의 정치적 요구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벌이고 있는 할리우드 침투 공작의 성공 사례로 여겨졌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본편에서는 일본 국기와 대만 국기가 부활한 것이다. 대만 관영 중앙통신에 따르면, 개봉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대만 관객들은 이 변화를 알아채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텐센트는 결국 ‘탑건: 매버릭’에 대한 투자를 중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의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에 대해 “텐센트 경영진이 중국 공산당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이언 이스턴 연구원은 트위터에서 “‘탑건: 매버릭’은 이제야 중국 정부와의 갈등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혼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제작사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투자를 받은 결과, 자신들의 가치관과 이념을 희생하고 변해버린 미국 영화들이 적지 않다”고 이스턴 연구원은 덧붙였다.
‘탑건: 매버릭’ 측은 중국에서 상영할 생각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봉 첫 주말을 역대급 수익을 기록하면서 밝은 흥행 전망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중국 시장을 배제한 할리우드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즈니 산하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최신작도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측 심의가 통과되지 않고 있어서다.
심의 통과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영화 속 뉴욕 길거리 전투장면에서 본지 에포크타임스의 중국어판 ‘다지위안스바오(大紀元時報)’ 로고가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는 본지는 중국에서 차단되고 있다.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체이펙은 지난달 1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치와 상업적 관점이 복잡해 디즈니의 영화를 중국에 배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중국 시장이 없다고 해서 디즈니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전미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최신작은 지난달 말 기준 박스오피스 수익이 북미 3억7547만달러, 글로벌 4억9790억 달러에 이르는 등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