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을 코앞에 둔 마블의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초반 전투장면 1분 미리보기 영상을 공개한 가운데, 중국 상영 불가 가능성이 전해졌다.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한 전투장면에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다섯 글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다섯 글자는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로 신문사의 이름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 왕이는 “최근 마블이 공개한 1분 미리보기 영상에 매우 민감한 다섯 글자가 등장했다”며 미국 영화사인 마블이 촬영장 소품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또한 “마블이 중국 당국에 ‘닥스2’ 심의를 신청한지 오래됐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며 “사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영화는 심의를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기사에 언급된 민감한 단어가 뭐냐?” “무슨 단어를 가렸다는 말인가?”라고 물었지만, 왕이는 가려진 단어가 무엇인지는 답하지 않았다.
기대의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2’, 중국 영화팬 끝내 못보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스2)는 ‘닥터 스트레인지’ 실사영화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 멀티버스(다중우주)의 경계선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범우주적 사건을 그린다.
1분 미리보기는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문어 모습의 괴물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문제의 장면은 영상 24~25초에서 등장한다. 문어 괴물의 공격에 맞서 마법을 시전하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왼편에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노란 상자가 보인다. 이 상자는 대기원시보 셀프 판매대다. 측면에 한자로 된 신문사 로고가 붙어 있다.
마블이나 영화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대기원시보 로고를 화면에 담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전투씬 대부분이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른 간판들도 계속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원시보 로고는 한자(중국어)이기에 중국인들에게 더 두드러져 보였을 가능성은 있다.
‘대기원시보’는 미국에서는 ‘에포크타임스’로 불린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를 포함해 35개국에서 22개 언어로 기사를 제공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발행되지 않지만 중국어판도 있으며 홍콩에서는 종이신문도 발생한다. 중국 본토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인터넷 차단벽을 뚫고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문사는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지시에 굴복하지 않는 얼마 남지 않은 언론이다. 작년 4월에는 새벽 시간대에 복면을 쓴 괴한 4명이 홍콩지사 인쇄소를 습격해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윤전기를 파손시킨 뒤 인쇄용지 등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사건도 발생했다. 괴한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을 것으로 신문사 측은 주장했다.
이 신문은 현지 소식과 함께 국제뉴스도 싣지만 중국의 정치·사회 상황이나 인권문제를 다룬 기사가 많다. 중국 공산당이 보도되길 원치 않는 소식을 파헤친 기사가 많아 중국에서 뉴스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신문사 명칭도 언급이 금지됐다.
중국 매체 왕이가 “민감한 다섯 글자”가 문제가 됐다고 보도하면서도 끝내 어떤 글자인지 밝히지 못한 이유다.
매체는 중국 영상 플랫폼 ‘비리비리’가 1분 미리보기 영상을 게재했다가 곧 문제가 된 부분을 가리고 영상을 다시 올렸다면서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을 공개했다. 화면에는 로고가 사라진 노란색 상자만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