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혹은 항일의 경계선! 영화 "밀정"

스파이,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 가다!

극단의 시대, 친일 또는 항일의 경계선에 선 인물들의 파노라마

 

‘밀정’이란 단어는 남의 사정을 은밀히 정탐하여 알아내는 자를 뜻한다. 서구적 개념인 스파이, 첩자 등의 단어가 생기기 전인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 경찰은 독립운동 세력의 내부에 끊임없이 밀정을 심었고, 항일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변절자가 나오는 등, 냉전시대의 이념과 체제 대립 보다 더 어두운 분열이 나라를 잃은 민족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항일과 친일 사이 경계선에 선 인물들은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교란했다.

 

 

<밀정>은 서양 문물이 밀려들어오는 중에 나라를 되찾으려는 운동이 벌어지던 이중적으로 역동적인 시대인 1920년대가 배경이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로 친일을 선택한 인물 ‘이정출’ 과 그가 작전 대상으로 삼게 된 항일무장독립운동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을 큰 축으로, 이들 사이 펼쳐지는 암투와 회유 작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의 배경으로 이념이 민족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기 전, 외세에 의해 이미 첩보전의 토양이 싹 튼 비극적인 시대, 드라마틱했던 일제강점기를 택했다. “밀정”의 인물 정체성과 이중적 활동 환경에서 나오는 서스펜스와 긴박한 사건 전개, 즉 스파이 영화의 장르적 쾌감은 이런 설정에서 극대화 된다. 김지운 감독은 늘 새로운 장르를 한국 관객에게 소개했던 장본인 답게 이번에도 새롭게, 나라를 잃은 비극적인 시대, 경계선 위에서 외줄 타듯 살아갔던 인물들의 내면을 쫓아가는 역동적인 드라마를 관객앞에 선보인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그려낸 <밀정>의 시대!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스크린으로 불러내다!

 

1923년 경성. 일제 통치의 상징과도 같은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으로 인해 일대 동요가 일어난다. 전 민족이 떨쳐 일어났던 3.1 만세 운동의 패배 직후, 무력감에 휩싸였던 조선 민중은 신출귀몰하며 일제의 추적을 따돌린 김상옥 의사의 도주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직후,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은 조선 총독부를 비롯한 일제의 거점 시설을 파괴할 2차 거사를 계획한다. 국내에서는 파괴력이 뛰어난 폭탄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의열단은 헝가리 혁명가인 폭탄 제조 전문가와 손잡고 상하이에서 폭탄을 대량 제조, 경성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안둥과 신의주를 거쳐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는 과정에 황옥이라는 인물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인 김시현과 함께 했다. 이는 놀라운 사실로서. 황옥은 한때 독립운동 진영에 속했으나 변절한 후 당시 일제 고등 경찰인 경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옥은 의열단의 2차 거사를 저지하기 위해 일제가 심은 ‘밀정’이었다는 설과, 일본 경찰을 가장한 의열단원이었다는 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고, 그 후로도 실제 정체와 의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서 의문의 인물로 남았다.

 

 

<밀정>은 친일파인 일제 경찰과 항일의 최전선에 있었던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원이라는 극과 극의 정체성을 지닌 황옥과 그와 함께 거사를 도모한 김시현, 그리고 폭탄반입사건을 극화해, 일제강점기의 드라마틱한 순간 순간을 스크린에 불러온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네 번째 만남!

<조용한 가족><반칙왕><놈놈놈>그리고 <밀정>

 

감독과 송강호는 20년에 걸쳐 네개의 작품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언제나 한국영화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 예측이 불가능한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코믹잔혹극이라는 신종 장르를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첫 영화인 1998년의 <조용한 가족>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인 2000년의 <반칙왕>은 링 위의 반칙 레슬러로 거듭나는 소심한 회사원의 이야기를 페이소스 가득한 코미디로 그려냈다. 스포츠 영화는 안 된다는 한국 영화의 통념을 깨고 레슬링을 소재로 한 <반칙왕>은 대역 없이 레슬링 장면을 직접 소화한 송강호의 투혼과, 웃음 뒤편에 자리한 평범한 샐러리맨의 비애를 그려내며 공감을 자극한 스토리로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이름을 관객이 더욱 뚜렷하게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다. 8년 뒤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중국의 사막, 그 광야를 질주하는 웨스턴의 호방함 속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상한 놈’의 매력으로 극장가를 뒤집었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8년 만에 함께 한 2016년의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라는 초유의 시도, 그리고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로 분해 다음 행보를 짐작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로 출연하는 송강호의 변신을 약속한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만날 때가 됐을까라는 반가운 가정법, 어느덧 관객들에게 새로운 장르, 예측불가의 캐릭터,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장면의 직설법으로 돌아왔다.

 

 

송강호와 공유, 조선인 일본 경찰과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로 첫 만남!

한지민과 엄태구, 신성록이 완성한 개성적이고 강렬한 앙상블

 

<밀정>은 송강호와 공유. 서로 다른 이미지의 두 배우를 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첫 영화다. 언제나 최신작이 대표작 리스트에 업데이트 되는 괴물같은 배우 송강호와 사회고발극 <도가니>, 액션 <용의자>, 정통 멜로 <남과 여>, 흥행 폭주 중인 재난영화 <부산행>까지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공유.

 


 

조선인 일본 경찰과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라는 공존이 불가능한 극과 극의 캐릭터로 만나 의심과 회유, 의리와 우정까지 넘나드는 두 사람의 입체적인 관계 변화는 두 진영 사이에 감도는 긴장을 일촉 즉발의 서스펜스의 연속으로 형상화한다. 임무를 위해 속내를 감추고 접근한 두 남자, 송강호와 공유는 예상치 못 했던 케미스트리로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장악한다.

 

역시 실존 인물인 여성의열단원 현계옥을 모델로 한 의열단 핵심 멤버 ‘연계순’으로 분한 한지민은 단아한 미모와 여린 체구에서는 연상할 수 없었던 곧고 단단한 강단으로 의열단의 최선봉에 서는 전위대로 출연하여 강렬한 면모를 관객의 뇌리 속에 박아 넣는다.

 

 

일본으로 귀화한 조선인 일본 경찰인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는 확신에 차 일제에 충성하는 인물로 분해 먼저 공을 세우겠다는 욕망으로 송강호의 ‘이정출’을 견제하고 의심하며 극의 한 축을 단단히 책임졌고, 신성록은 댄디한 외모에 어울리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의열단 자금책 ‘조회령’으로 분해 공유의 ‘김우진’과 함께 의열단의 멋과 스타일을 완성했다. 서로 충돌하고 어울리는 강한 개성과 연기력. <밀정>의 앙상블은 탄탄하고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