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그리고 명배우 송강호. 믿고 보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둘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끈끈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송강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를 좋아하는 이유는, 둘의 첫 만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준호 감독은 씁쓸한 흥행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이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봉준호 감독. 어느 날 한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그는 어깨가 축 늘어져 행사장으로 향했다가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배우 송강호를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당시 송강호는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흥행 스타이자 명배우였다.
송강호는 “봉준호씨!”라고 밝게 인사를 건넸고,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언급하면서 “너무 잘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짧은 대화로 봉준호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차기작을 준비했다.
만약 차기작에서도 실패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흥행 실패 감독’으로 낙인찍혀 더는 활동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강호의 따뜻한 인사와 위로 덕분에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살인의 추억’이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에게 시나리오를 보내 캐스팅을 제안했다. 송강호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하며 둘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송강호도 봉준호 감독에게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전이었다.
1997년 당시 무명 배우였던 송강호는 영화 오디션장을 찾아 단역 배우 역할을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디션에서 탈락했고, 송강호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영화 잘 봤습니다!”. 당시 영화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남성, 바로 봉준호였다.
그의 한 마디가 너무 고마웠던 송강호는 이때부터 결심했다. 저 사람의 영화에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그렇게 만난 둘은 최고의 연출가와 최고의 연기자로 자리매김해 실로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