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급 5만원을 받으며 영국 2부, 3부 리그도 아닌 무려 8부 리그 유소년팀에서 커리어를 쌓은 한 축구선수가 14년 만에 주급 1억4000만원의 스타가 됐다.
만약 축구로 동화책을 쓴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33)가 바로 주인공이 될 것이다.
바디는 2002년 15살의 나이로 셰필드 웬즈데이에 입단했지만 1년 만에 성적 부진으로 팀을 옮기게 된다.
이와 관련 청각 장애를 가진 친구를 괴롭히는 상대를 폭행하다 전자발찌를 차게 되고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팀에서 쫓겨났다는 설이 있다.
이후 그는 스톡스 브리지에서 2009년도까지 뛰게 되는데 당시 주급이 5만원이었다.
꾸준히 축구를 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한 그는 생계가 어려워 축구와 공장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2010년에는 스톡스 브리지를 떠나 영국 지역팀인 FC 핼리팩스 타운(5부리그)을 거쳐 플리트우드 타운에 입단한 바디는 팀을 리그 우승까지 견인해 여러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때 받은 입단 제안으로 2012년 현재 소속 팀인 레스터 시티와 함께하게 됐다.
당시 2부 리그에 있던 레스터 시티는 1부 리그로 승격하기 위해 이적료 100만 파운드(17억원)를 투자한 것이다.
바디의 주급은 4만 5천 파운드(7800만원)였고 이는 아마추어 리그 사상 최고액을 경신한 것이었다.
26살의 바디는 다음 해 2013-14 챔피언쉽에서 16골을 넣으며 팀의 1부 리그 승격의 주역이 됐다.
또 2015-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11경기 연속 골이라는 신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레스터 시티는 이 해에 바디, 리야드 마레즈, 은골로 캉테 등의 핵심 선수들의 활약으로 구단 창단 132년 만에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게다가 2015년에는 꿈에도 그리던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발탁돼 적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바디를 눈여겨보던 명문 구단 첼시는 소속팀에 이적료로 500억원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
그 대신 레스터 시티는 바디에게 주급 2배 인상을 제안하며 새로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2017년 시즌부터는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해 왔다.
한편 바디는 2015년 카지노에서 시비 붙은 일본인에게 비하 발언하며 난동을 부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지정한 일본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며 일단락됐지만, 인간 승리의 성공담과 함께 훈훈한 미담까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해 꿈을 성취한 바디의 업적은 충분히 많은 이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