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나 같은 일을 겪어선 안 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남성은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남들을 위한 선택을 했다.
최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부탄가스통에 구멍을 뚫고 다니는 남성에 대한 제보를 접수, 이를 취재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이 찾아간 한 거리에는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고 걸어가는 남성이 포착됐다. 폐지를 주우러 다니던 남성이 갑자기 멈춰 선 곳은 쓰레기 더미 앞이었다.
쓰레기 덤에서 발견해 꺼내든 건 버려진 부탄가스통이었다. 남성은 부탄가스통에 구멍을 뚫는 수상한 행동을 했다.
제보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밤낮없이 부탄가스통에 구멍을 뚫고 다니며 집착한다고 알려졌다.
제작진은 남성에게 다가가 왜 구멍을 뚫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위험한 거니까. 날씨가 덥기도 하고”였다.
알고 보니 부탄가스통이 터져 사람들이 다칠까 봐 뚫고 다닌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왜 본인이 하는 거냐”는 질문에 남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성의 이름은 정강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어느덧 10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폐지를 줍는 강조 씨는 인근 동네에서 유명인사였다. 인근 상인들도 “하루도 안 쉰다”고 증언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폐지를 줍던 강조 씨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향했다.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곳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강조 씨 집이었다.
오자마자 아들은 어머니에게 음료수부터 건넸다. 거리에서 동네 주민이 더운데 시원하게 마시라며 강조 씨에게 줬던 음료수를 마시지 않고 챙겼다 어머니에게 드린 거였다.
집에 와서도 쉴 틈이 없었다. 강조 씨는 다리가 불편한 엄마의 팔다리를 닦고 식사를 차렸다.
어머니의 손발이 돼준 후 그날 밤, 어둠이 내려앉자 강조 씨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밤에도 동네를 돌며 빈 가스통을 찾았다. 가스가 들어있는 통을 발견하면 죄다 구멍을 뚫고 다녔다.
강조 씨가 이토록 가스통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어머니가 전한 사연은 이러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랬어요. 쓰레기장에 부탄가스가 있었나 봐요. 거기에서 불이 나서…”
초등학생 때 당한 불의의 화재사고로 강재 씨 얼굴에는 깊은 화상 자국이 생겼다.
몸에 난 상처는 점차 흐려졌지만 가슴에 남은 상처는 낫지 않았다. 화상에 대한 트라우마로 오랜 시간 집안에만 갇혀 지냈다.
아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던 어머니의 방법이 바로 폐지 줍기였다.
폐지 줍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강조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가스통에 구멍을 뚫고 다녔던 것.
그러나 폐지 줍기만을 직업으로 삼기에 강조 씨는 아직 젊었다. ‘어머니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있는 수술비 벌기’라는 분명한 꿈도 있었다.
이에 강조 씨는 제작진의 제안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며칠 뒤, 강조 씨는 이력서를 작성하고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얼마 뒤 자신에 맞는 직장이 있다는 소식에 구두 공장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공장에서 강조 씨가 담당할 일은 쇼핑백 끈을 끼우는 작업이었다. 결과는?
강조 씨는 일을 잘했다. 10년 동안 묵묵히 폐지를 줍던 끈기와 꾸준함은 강조 씨만이 가진 강점이었다.
“열심히 살아서 어머니 병원비 내겠다”고 다짐하던 강조 씨는 그렇게 취업에 성공했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회 속으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강조 씨.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꼭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