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백두 산간에 산신인 구미호가 살고 있었다.
검둥이라고 이름 붙인 작은 강아지 한 마리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던 구미호 요괴.
사람들은 개간과 개척을 위해 산을 불태웠고, 구미호는 불길 속에서 서둘러 연약한 강아지 먼저 피신시켰다.
어리고 연약해도 충성심만큼은 강했던 강아지는 주인을 두고 혼자 갈 수 없어 불길에 휩싸인 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 옆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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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강아지를 잃은 이 구미호 신은 그때부터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게 됐다.
600년이 흘렀다. 구미호는 600년 동안 사람을 괴롭히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사람의 모습을 하고 길을 걷던 구미호 앞에 한 어린 꼬마가 갑자기 나타났다.
애초에 사고를 당할 구미호도 아니었건만,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며 구미호를 반대편 길가로 밀쳐낸 꼬마는 자기가 구해준 것처럼 생색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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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멋있었죠?”
인간 중에서도 시끄러운 어린아이를 제일 싫어하는 구미호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아이를 떨쳐냈다.
그때 마침 구미호에게는 호랑이 눈썹이 있었다.
호랑이 눈썹이란 눈에 갖다 대면 상대방의 전생이 보이는 우리 전설 속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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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옛날 같으면 내 손에 죽었어. 저출산 시대라 특별히 봐주는 거지”
그렇게 호랑이 눈썹을 쓱 껴본 구미호는 꼬마의 전생을 보게 된다.
자신이 키우던 검둥이 강아지였다.
600년 만에 소중한 가족, 강아지를 다시 만난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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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왈칵 터진 구미호는 다가가 꼬마를 안으려다, 멈춰서며 바로 돌아섰다.
“내가 또 저런 미물에게 마음을 줄 것 같냐.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그런 구미호를 끝까지 쫓아오는 꼬마였다.
더 이상 무언가를 지켜주고 싶지 않았다. 수명도 짧아 마음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으로 환생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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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구미호는 결국,
밥심으로 사는 민족의 토종 요괴답게 맛있는 초코빵을 꼬마에게 사 먹였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tvN ‘구미호뎐’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한국 설화나 전설을 알리려는 의도로 제작된 해당 드라마에는 전통 요괴 등 우리 민족만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어 큰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