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가 재물을 몽땅 잃게 된 이유

By 이 충민

옛 동양인들은 재산, 명예, 지위 등은 모두 전생에서 쌓은 덕(德)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의 재물을 지키려고 해도 덕이 없으면 결국 잃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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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한림원 관리였던 이사형(李士衡)이 어느 날 고려에 파견됐다. 그에게는 호위무사 여영(余英)이 있었는데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그들은 고려에게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사형은 선물 꾸러미를 물끄러미 보더니 여영에게 말했다.

“나는 재물에 별로 관심이 없기에 비단만 조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네가 처리하게나.”

여영은 큰 재물을 얻어 매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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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귀국하던 도중에 여영은 선실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받은 재물이 담긴 짐꾸러미가 젖는 것을 크게 우려한 여영은 이사형의 짐과 비단 한 묶음은 배 밑바닥에 깔아두고 자신의 짐을 그 위에 올려두었다.

걱정했던 여영은 그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거칠어지고 돌풍이 불어 배는 높은 파도로 크게 흔들렸다. 배가 곧 전복할 것 같자 선장은 여영에게 짐을 모두 바다로 던져버리도록 지시했다. 당황한 여영은 서둘러 부하들과 선실로 내려갔고 짐의 절반을 급히 바다로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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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날씨가 안정되고 폭풍우가 물러났다. 여영은 다시 짐 상태를 보러 선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그는 부하와 함께 내던진 짐이 거의 자신의 것이었음을 발견했다.

한편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이사형의 짐은 조금도 없어지지 않았으며 약간 물에 젖었을 뿐이었다.

금은보화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호위무사에 맡긴 이사형과 자신의 재물에만 신경 쓴 여영. 결국 재물 대부분을 잃은 것은 여영이었다.

출전/ 몽계필담(夢溪筆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