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현종 황제 시기, 가난한 서생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을 가는 도중 한 주점에 들르게 됐다.
그는 주점에서 우연히 만난 여옹(呂翁)이란 노인에게 자신의 운명이 평탄치 못해 여러 차례 과거에 응해도 합격하지 못했으며 너무나 가난해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마침 그때 주점 주인은 기장으로 만든 밥을 짓고 있었다. 여옹은 밥이 다 익을 때까지 쉬라며 노생에게 베개 하나를 주자 그는 곧 잠이 들었다.
곧 노생은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노생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라에서 진사(進士)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지냈다. 아름다운 아내 최씨(崔氏)를 만나 결혼도 했다. 중도에 모함을 받아 지방으로 좌천되었으나 다시 황제가 사면해주어 중앙 관직으로 복귀했다. 전장에서 오랑캐를 맞아 싸워 승리를 거두고 결국 높은 벼슬에 이르러 부유하게 잘 살게 됐다.
다시는 불행이 없으려니 했더니 그는 이번에는 반역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결국 황제에게 버림을 받고 사형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관리들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노생은 사형장에 끌려가며 생각했다. ‘누더기를 걸치고 살던 옛적이 그립구나. 그 때는 땅 몇 마지기만 있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었는데. 공연히 과욕을 부려 이 신세가 됐구나.’
결국 사형수의 칼이 노생의 목을 내리치자 그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깨어나 보니 아직 기장 밥이 채 익기도 전이었다.
그에게 베개를 준 여옹(呂翁)은 알고 보니 중국의 유명한 신선 여동빈(呂洞賓)이었다.
여동빈은 웃으면서 노생에게 말했다. “사람의 일생이란 한바탕 꿈이 아닌가?” 노생은 갑자기 모든 고민이 해소되면서 벼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여동빈을 따라 도(道)를 배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 고사를 중국에서 ‘황량몽(黃粱夢)’이라고 부른다. 덧없는 부귀영화나 허무한 일을 가리킨다. ‘황량’이란 바로 노생이 꿈을 꿨을 때 밥을 하던 기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