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주는 세뱃돈이 부담스럽다”고 어르신들은 말한다. 5만 원권이 발행되면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신사임당(5만 원권)의 등장으로 세종대왕(1만 원권)이 머쓱해진 상황이다.
심지어 세뱃돈에 대한 부담으로 ‘세배 타임’을 피해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어르신들도 있다.
하지만 받는 손자들도 문제다. 돈을 받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세배를 하거나 심지어 금액이 적다고 궁시렁댄다. 세배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배(歲拜)란 ‘지난 세월에 감사한다’는 뜻을 가진 명절 고유의 풍속으로, 새해 첫날 어르신이 무사히 한 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은 것을 기념해 문안드리고 그간 보살펴 주심을 감사드리는 것이다. 부모, 친족뿐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께도 세배 인사를 드렸다.
조선 시대에 유래된 풍습으로 알려진 세뱃돈은 세배 인사를 올린다고 찾아왔는데 빈손으로 보내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금씩 쥐여준 것이 기원이 됐다고 한다. 봉투 겉면에 책값, 붓값 등 돈의 용도를 적어 건넸으며, 풍요보다는 근신을 당부하는 덕담이나 글을 전하기도 했다.
세뱃돈의 유래에 대해서는 미혼 자녀에게 붉은색 봉투에 돈을 넣어 풍족해지라는 의미의 중국 풍습이 전해졌다는 설과 일제강점기에 일본 세뱃돈 문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설도 있다.
국내에 세뱃돈 문화가 생긴 것은 100년이 되지 않은 일이다. 세배에 대한 답례로 돈을 줬다는 기록은 서예가 최영연의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 1925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새해 인사를 드리기 전에 목욕을 깨끗이 하고 설빔을 입은 뒤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2019년 설부터는 세배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드리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