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은 하늘이 결정하며 못생긴 아내는 오히려 남편의 운수를 좋게 한다고 한다. 많은 저명한 역사 인물들도 못생긴 아내와 서로 깎듯이 존경하며 백년해로를 했다.
청나라 건륭제 시기의 관리를 지냈던 진대수(陳大受)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하늘이 묘하게 관계를 맺어 준 못생긴 아내와 좋은 부부연을 맺었다.
진대수의 부인은 원래 호남(湖南)성 기양현(祁陽縣) 부잣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딸이다. 부모님은 그녀를 매우 귀여워했는데 그녀를 돈 많고 권세 높은 집안으로 시집보내려고 사전에 혼사를 정했다.
결혼식 날, 부부는 맞절한 후 시녀들이 새색시에 씌운 붉은 천을 벗겼다. 부잣집 사위는 새색시 얼굴이 전부 곰보 자국에 온몸이 사마귀인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사위는 두려워 도망쳐 버렸고 하객들은 모두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색시는 태연했다. 스스로 신방에 들어가 잠을 잤는데 한참 지나자 새색시의 코 고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튿날 아침 새색시가 잠에서 깨어나자 온 침대가 축축한 것을 발견했다. 어제 저녁에 자신이 침대에 오줌을 누어 새 이불과 요를 전부 더럽혔던 것이다. 막 집으로 돌아온 부잣집 사위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중매인을 찾아 파혼하고 말았다.
부잣집 딸은 집으로 돌아온 후 3년을 기다렸지만, 혼사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는 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마침 기양현의 한 빈곤한 선비 진대수가 있었는데 그의 스승이 그에게 그녀와 중매를 해주었다. 그러나 딸의 아버지는 진대수의 집안이 너무 가난하자 망설였다. 그러자 스승은 말했다.
“제가 본 데 의하면 진대수는 진정한 재능과 건실한 학문이 있고, 기개와 도량이 드높은 사람으로 꼭 공명에 전망이 있을 것으로 계속 빈곤하지는 않을 겁니다.”
부잣집 딸의 아버지가 진대수를 직접 만나보니 과연 늠름한 자태에 눈빛이 밝고 위엄이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주옥같은 진대수의 문장을 보고 나서 머리를 끄덕이며 결혼을 승낙했다. 하지만 반드시 데릴사위가 되어야 하며 딸을 고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대수는 못생긴 부인을 맞아들인 후부터 운이 트였다. 과거시험에 잇달아 급제했으며 관청에서 계속 승진했다. 그 후 학사, 군기처를 거치면서 마침내 건륭제의 심복이 됐다. 진대수의 부인도 남편이 영예롭게 되자 따라서 존중을 받았다.
당시 모 공주가 병사하자 태후는 서럽게 통곡하면서 늘 슬퍼했는데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 건륭제는 어머니가 초췌해진 것을 보고 혼비백산해 급히 방법을 찾아 모친의 근심을 덜어 드리려 했다. 마침 진대수의 부인을 만난 어떤 궁녀가 “진대수 부인의 용모가 공주를 몹시 닮았어요”라고 말했다.
건륭제는 진귀한 보물을 얻은 듯 급히 태후에게 말씀드렸다. 태후는 즉시 진대수의 부인을 불러 입궁시켰다. 태후는 부인을 보자 곧 싱글벙글하면서 말했다. “정말 내 딸이구나!”
원래 공주도 온 얼굴이 곰보에 몸도 뚱뚱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태후는 궁중에 부인을 남겨 묵게 했으며 많은 상을 내렸다. 이로부터 태후의 공주에 대한 사랑은 진대수 부인으로 옮겨간 것 같았다.
진대수 부인은 이렇게 늘 궁중에서 투숙했다. 어느 날 저녁, 부인은 갑자기 소변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두 궁녀에게 말하니 금으로 만든 양변기를 들고 들어왔다.
부인은 이 광경이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부인은 이전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그해 신혼 밤 침대에 오줌을 눴는데 꿈속에서 바로 이 궁전을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청패류초(淸稗類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