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용과 서양 용은 똑같은 존재일까?’

By 이 충민

일반적으로 용은 상상이나 신화 속 생물이라고 인식되지만 동서양 간 용에 대한 개념과 인식, 또 회화 등에서 나타나는 외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용은 고상함과 위엄을 갖추고 신성하고 행운을 부르는 영물로 사랑받고 있다. 또 구름과 비를 다스리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많은 사원이나 왕궁에는 용 그림이나 조각상이 있는데 동양인의 생활 속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성에 그려진 용(pixabay)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동양의 용의 모습은 중국 한나라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9가지 종류의 동물의 모습을 합성한 모습을 하고 있다.

즉, 얼굴은 낙타, 뿔은 사슴, 눈은 귀신, 몸통은 뱀, 머리털은 사자, 비늘은 물고기, 발은 매, 귀는 소와 닮았다. 입가에는 긴 수염이 나 있고 동판을 두들기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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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동양의 용은 신통력을 써서 하늘 꼭대기나 지하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도달하거나, 몸의 크기와 형태를 마음대로 바꾸는 능력도 있다.

불교나 도교 수행자가 성취할 때 용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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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통력 때문에 용은 천계를 통치하는 옥황상제의 사자로 받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용의 위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용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말한다. 황제의 얼굴을 ‘용안(龍顔)’, 황제의 옷을 ‘용포(龍袍)’ 등으로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서양문화에서 볼 수 있는 용(드래곤)은 동양 용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서양의 용은 우선 외관부터 날카로운 치아와 강한 다리, 박쥐와 같은 날개를 갖고 있으며 불을 뿜어낼 수 있다. 머리가 동양의 용과 약간 비슷할 뿐 긴 목과 공룡과 같은 큰 신체를 갖고 있어 전혀 외관이 다르다.

우첼로/성 지오르지와 용

또 서양의 용은 악과 어둠을 나타내며 인간에게 괴로움이나 해를 가져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신약성서 마지막 장인 ‘요한 계시록’에 등장하는 붉은 용과 대천사 미카엘과의 전쟁 장면에서 용이 사탄에 비유된다든가, 영화 호빗에서 악랄한 용 ‘스마우그’ 등이다.

반지의 제왕 수석 아티스트인 테드 네스미스가 그린 스마우그(나무위키)

영화에서 ‘스마우그’는 당대 최악의 대재앙으로, 자신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단신으로 강성한 나라 하나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용으로 나타난다.

또 오만하고 잔인하며 난폭한 성격이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벌레처럼 여기며 그들을 사냥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결국 동서양 문화권 내에서 서로 다른 존재가 ‘드래곤(Dragon)’의 번역 오류로 같은 ‘용(龍)’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