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남녀 사이엔 ‘붉은 실’이 연결되어 있다는데…

By 이 충민

중국에서는 예부터 전해지는 ‘붉은 실의 전설’이 있다. 결혼하는 남녀 사이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당(唐)나라 시기에 전해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 * *

중국 당나라 두릉(杜陵)에 위고(韋固)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고아로 자라서 가능한 빨리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열심히 결혼 상대를 찾았지만, 혼인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나라 원화(元和) 2년, 그는 송성(宋城)시 남쪽 청하(淸河)지역을 방문해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 있던 손님은 위고에게 마을 번(藩) 씨 집안의 아름다운 처녀에게 구혼하길 권했다. 위고는 기뻐서 그녀를 아는 친구와 용흥사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위고는 결혼에 대한 성실함을 나타내기 위해 날이 새기도 전에 용흥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 노인이 사원 계단에 앉아 책을 넘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자루가 하나 있었다. 위고는 책 제목을 보았으나 글자를 알 수 없었다.

월하노인도(hmdjr.com)

위고는 노인에게 물었다. “지금 보시는 책이 무엇입니까? 저는 어렸을 적부터 학업에 전념해 모르는 글자가 거의 없지만 당신 손에 있는 책의 글자는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책입니까?”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은, 저승의 책이네. 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므로 물론 자네는 본 일이 없겠지. 나는 여기에 저승 일을 하러 왔네. 세상은 음과 양으로 나눠져 나는 자네를 만나서는 안 됐지만, 새벽 전에 이곳에 왔으므로 만나게 된 것이지.”

위고가 노인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자 그는 “나는 이 세상의 혼사를 담당하고 있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위고는 재빨리 노인에게 물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라서 빨리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여성에게 청혼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오늘, 나는 송성의 번 씨 집안 처녀를 만나기 위해 친구와 여기서 약속했습니다. 이 처녀와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할 수 없네. 만약 그 처녀가 자네와 결혼할 운명이 아니라면 자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네. 자네 아내는 지금 막 3살이 되었지. 그녀가 17세가 되면 자네와 결혼할 것이야.”

위고는 노인이 갖고 있는 자루에 대해 물었다. 노인은 “붉은 끈이 들어 있네. 나는 이 세상에서 부부가 될 사람들의 다리를 이 실로 묶고 있지. 사람은 태어났을 때 이미 결혼 상대가 정해져 있네. 둘 사이가 적이든, 빈부 차이가 심하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든 전혀 상관이 없지. 만약 이 붉은 실이 두 명을 연결했다면 그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며 만약 운명을 거역하려 하면 화를 초래하게 된다네. 자네 다리는 이미 그 아이와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으니 아무리 빨리 결혼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네.”

kristin gamelin

위고는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은 어디에 있으며 그 가족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당신 아내가 될 사람의 모친 성은 ‘진(陳)’이네. 송성시 북쪽에 있는 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지. 진은 자주 시장에 딸을 데리고 오니 자네에게 그녀를 만나게 해주지.”

위고의 친구는 그날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위고는 할 수 없이 노인과 함께 시장에 가기로 했다. 시장에 도착하자 한쪽 눈이 먼 노파가 3살 소녀를 데리고 이쪽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의 옷은 너덜너덜하고 얼굴도 말라서 보기 흉했다. 위고는 순간 분노가 울컥 치밀었다. “저는 그녀와 결혼하기 싫습니다!” 노인은 “그 소녀에게는 자네와 유복하게 사는 미래가 있네”하고 자취를 감췄다.

위고는 분노했다. “이 노인네가 날 놀리는 건가. 나는 훌륭한 가정에서 잘 교육 받고 자랐는데 내가 왜 눈먼 노파의 못생긴 딸과 결혼해야 하는가.” 위고는 칼을 하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만약 자네가 소녀를 죽일 수 있다면 많은 사례를 하도록 하지.” 다음날, 위고의 하인은 소매에 칼을 숨기고 소녀를 죽이기 위해 시장에 갔다.

하인은 칼로 소녀의 가슴을 찌르려 했지만, 사람들이 몰려들자 당황해 미간을 찔러 버린 후 도망치고 말았다.

pixabay

그 후 위고는 곧 그 도시를 떠나 서쪽으로 갔다. 그리고 3년 후 명문가 담 씨 집안 미모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결혼준비가 진행되던 어느 날 딸이 돌연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위고는 스물여덟이 됐다. 어느 날, 그가 향촌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곳 지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들은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는데 약혼녀가 갑자기 중풍에 걸리고 말았다. 그녀는 결혼을 단념하고 위고가 빨리 다른 여자와 결혼하길 간청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위고는 아주 훌륭한 여성을 만나게 됐다. 재색을 겸비하고 미술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실로 그녀에게 비길 만한 여성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위고와의 결혼식 3일 전에 길을 가다가 넘어져 돌에 부딪혀 죽어버리고 말았다.

pixabay

연이은 연인들의 죽음으로 위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결국 결혼을 포기하고 향주 관청에 취직해 향주 자사인 왕태(王泰)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자에 대해 관심이 없고 맡은 일만 성실하게 하는 위고의 모습이 마음에 든 왕태는 그에게 자신의 17세 딸과 결혼할 것을 권했다.

왕태의 딸은 지적이며 아름다웠지만 언제나 미간에 꽃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목욕할 때도, 혼자서 있을 때도 항상 그 꽃을 붙이고 있었다.

위고는 마음이 불안하긴 했지만 결국 결혼을 수락했다. 그는 결혼 후 갑자기 이전에 시장에서 노파의 딸을 암살하려던 일이 생각나 미간의 꽃에 대해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울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갓난아기 무렵 송성의 판관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오빠도 잠시 후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유모 진(陳)이 시장에서 채소를 팔면서 나를 돌봐주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3살 무렵 갑자기 괴한에게 습격당해 미간을 칼날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상처 자국이 남아 있으므로 저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꽃을 언제나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7년 전, 왕 자사께서 저를 양녀로 맞아주셨습니다.”

위고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암살을 명한 것은 자신이었으며 왜 그렇게 됐는지 모두 고백하며 크게 뉘우쳤다. 모든 운명을 이해한 두 부부는 더욱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다. 그 후 이들에게 아들이 태어났으며 이름을 훈(訓)이라고 불렀고 훈은 성장해 안문(雁門)현 현장이 되었다. 위고의 아내는 태원(太原)의 귀부인으로 존경받았으며 위고 부부의 이야기를 알게 된 송성 태수는 위고가 머무른 숙소를 ‘정혼점(定婚店-혼인을 정해주는 장소)’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그날 밤 나타난 노인을 ‘월하노인(月下老人-달빛 아래 노인)’으로 불렀으며 지금도 혼사를 주관하는 중매자를 ‘월하노인’이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