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버지의 냄새가 그곳에는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셨다. 일에 지치고 피곤에 찌들어 축 처진 모습이거나, 얼굴이 벌겋도록 술을 드시고 오시거나.
그것이 어린 시절 내가 품고 있던 아버지의 잔상이다.
간혹 자식들이 사랑스러워, 어색한 애정표현을 건네오셨다. 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어머니의 냄새가 편안했다.
아버지는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었다. 어떨 때는 자주 그랬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먹고 싶은 거 없어? 치킨 사갈까?”라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평소에 들어본 적 없었던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어린 나이였던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행복했다. “후라이드 치킨!!!”이라고 외치며 아버지가 집에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오직 그때만, 우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기다렸던 것 같다. 아버지도 그때는 유난히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랬다.
“치킨 사왔다”
술을 많이 드셨는지 아버지에게서는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목소리도 격양됐고, 동작도 커진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치킨을 나에게 건넸다.
그러면 허겁지겁 치킨을 먹었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빠가 오늘 기분이 참 좋은가 보다. 맨날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치킨을 사왔으면 좋겠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렀다.
나도 아버지처럼 직장인이 되고, 돈을 벌고, 가정을 꾸려서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보니 알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치킨을 사들고 왔었던 이유는, 그날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날이 유독 힘들고 외로워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해맑게 자신이 건넨 선물로 기뻐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러면서 지친 몸과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기를.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기를.
이제야 알게 됐다.
위 글은 각종 온라인을 통해 퍼졌던 ‘아버지가 치킨을 사오였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재구성, 각색한 글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난 글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울 때, 아버지의 품이 그리울 때마다 누리꾼들을 통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곤 한다.
최근에도 해당 글이 공개되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다”, “커 보니까 아버지의 마음을 알겠다” 등 많은 공감의 반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나면, 그토록 우리를 보살펴주시던 부모님에게 따뜻한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