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낙원을 만들고 싶었던 아빠, 아들은 그런 아빠의 곁을 영영 떠났다

By 윤승화

도시에서 성공한 삶을 살았던 아빠가 첩첩산중에 칩거하는 자연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세상을 등진 아들 때문이었다.

최근 방송된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20년 가까이 산에서 홀로 사는 이성원 씨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제작진이 찾아간 해발 500미터 가파른 산 중턱에서 이성원 씨는 벽돌집 한 채를 짓고 홀로 살고 있었다.

사실 이성원 씨는 과거 도시에서 커다란 슈퍼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

장사 수완이 좋았다. 인심은 더 넉넉했다. 할머니가 커피를 훔치기라도 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커피에 타 드시라며 설탕을 끼워 보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어디 가서 커피 한 잔을 못 사 마셨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아픈 아들을 위해서였다.

이성원 씨의 아들은 네 살이 되던 해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1급 장애인이 됐다. 이성원 씨는 아들을 위해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던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이성원 씨는 매일 아침마다 아들과 같이 걸어서 등교했다.

이성원 씨 집에서 학교까지는 2km 정도 거리였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앞에 걸어가고,

아들은 넘어져서 까지고 피가 나고.

그래도 나를 쫓아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걷다 보니까 어느 날 자기가 버스를 스스로 타더라고요”

아들은 몸이 불편할 뿐, 머리가 아주 좋았다. 그렇게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성장했다.

그 뒤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진학했지만 결국 신체적인 장애로 인해 대학을 가지 못했고, 아들을 보며 이성원 씨는 그런 생각을 했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산에서 장애인들끼리 같이 채소도 길러 먹고 과일도 따 먹고,

낙원을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 아들을 위해.

아들이 영원히 여기를 안식처로 삼았으면 해서 산을 택했던 거예요.

장애인들끼리 더불어 살게끔. 그게 내 꿈이었다고요.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그랬는데…

아들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어요”

신체적 불편함으로 꿈꿀 수 없었던 미래. 유독 총명했던 아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자신을 가둬갔다.

누구보다 아빠를 따랐던 아들에게 버팀목을 만들어주고자 아빠는 길 하나 없던 첩첩산중을 오르내리며 손수 자재를 나르고 홀로 집을 지으며 열심히 가꿨다.

피땀 흘려 지은 산속의 보금자리가 완성돼 갈 때쯤 아들은 아빠의 곁을 영영 떠났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그리고 아빠는 아들 대신 산에 남았다.

“여기는 아무도 없이 나 혼자잖아요.

밤에 여기서 한두 시간 울면 속이 시원해요”

아픈 아들을 위해 심었던 장뇌삼은 십수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산삼 버금가는 보약이 됐다.

하지만 그리움에는 시간이 쌓이지 않았다. 여전히 아빠는 아들을 그리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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