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이재만씨

By 박 성애

“사우나 안에 갇혔을 때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지난달 9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사우나 화재 당시 해당 건물에 살고 있던 주민 이재만(66)씨가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연합뉴스

이 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6시쯤 자신이 사는 건물 4층 사우나를 찾았다.

오전 6시 55분쯤 이 씨가 샤워를 마치고 매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타는 냄새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우나 주인이 출입문을 연 순간 불길과 연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한 이 씨는 곧바로 휴게실로 달려가 “불이야”라고 외치며 자고 있던 손님 10여 명을 깨웠다.

이후 이 씨는 헬스장으로 뛰어가  화재 사실을 알리고 탕 안으로 다시 들어가 손님들을 대피시켰다.

혹시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탕 안을 다시 확인하고 나오려는 순간 입구 천장이 무너져 다른 손님 1명과 사우나 안에 갇혔다.

화재로 전기 공급까지 끊겨 사우나 내부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감싸고 버텼지만, 점점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졌고 순간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이 씨는 다시 바깥 상황을 살폈고 불길이 보이지 않자  탈의실 쪽으로 나와 남탕 입구로 간신히 대피했다.

당시 함께 있던 손님 1명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다가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불이 났을 당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떠올랐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헌신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하며 차후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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