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재혼을 한다”…서울대생들 펑펑 울린 한 남학생의 고백

By 김연진

봄이 찾아온 어느 날, 어머니의 사랑이 모란으로 피어났다.

동시에 그날엔 겨울이 끝났다. 아버지의 사랑이 동백으로 져버린 날이다.

아버지와 이혼한 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 그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이 수많은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엄마가 재혼을 한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장문의 사연이 공개됐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재혼을 앞둔 어머니를 바라보는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새 아빠가 될 사람을 만난 건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형형색색의 벚꽃과 내 엄마의 웃음, 단 두 가지의 빛깔만이 선명하게 봄기운을 뿜어냈다”고 입을 열었다.

#2399번_제보엄마가 재혼을 한다. 봄이 예고된 어느 날, 내 엄마의 사랑이 모란으로 피어나고 있다. 동시에 그 날은 겨울이 종료를 알리고, 아빠의 사랑이 동백으로 져버린 날이었다. 새 아빠가 될 사람을 만난…

Posted by SNU Bamboo Grove on Friday, April 19, 2019

이어 “내 엄마가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엄마도 저렇게 웃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 웃음은 내가 서울대에 합격한 날에도, 누나가 공무원이 되던 날에도 보지 못한 웃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엄마가 새 아빠가 될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첫사랑을 보는 눈이었다”라며 “그날은 모든 요소가 완벽히 색을 발하는 수채화 같았다”고 전했다.

A씨는 그러면서 친아버지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수채화 뒷면이 혼탁한 색으로 번졌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으리라.

그는 친아버지에 관해 말하면서 “새 아빠가 될 사람이 보여준 그 모습은, 내 아빠에게는 없는 모습이었다”라며 “그것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했고, 자식들이 고통스러워했다”고 토로했다.

어머니는 밤새 돈을 벌어오면서 홀로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고, 책임감이 없었다고 A씨는 원망 섞인 진심을 털어놨다.

“그 피나는 세월은 기록될 수 없다. 그저 엄마와 나와 누나의 마음에 아픔으로 기억될 뿐이다”. A씨는 고백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열한번째 엄마’

A씨의 아버지는 A씨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오로지 일만 하셨던 A씨의 아버지.

하지만 가장으로서 정서적인 면에서, 정신적인 면에서의 책임감은 여전히 부족했다고 A씨는 말했다.

일밖에 할 줄은 몰랐던 A씨의 아버지는 힘든 어머니를, 자식들을 위로할 줄을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고, 결국 두 분은 이혼을 결심했다.

A씨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살았지만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애정도 컸다. 이혼 후 수척해진 모습이, 외로운 모습이 안쓰러웠을 터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던 A씨는, 어머니의 재혼 소식을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A씨의 아버지가 먼저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잘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마더’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그런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을 보며 A씨는 느꼈다. 결혼 초기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가장으로서 부족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버지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A씨는 어머니의 재혼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응, 엄마 잘 지내. 가끔씩 아빠 안부 묻고 그러더라”

그 말을 듣고 안도하는 아버지의 얼굴, 봄날을 빛내던 어머니의 웃음, 새 아버지가 될 사람의 눈망울이 교차하면서 A씨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갔다.

A씨는 어머니의 새 사랑도 응원하고 있었다. 그토록 맑았던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봄날의 따스함이, 수채화의 부드러움이 느껴졌으리라.

모란의 꽃말은 ‘행복한 결혼’이다.

동백의 꽃말은 ‘아름다운 사랑과 기다림’이다.

A씨의 고백처럼 모란은 피어나고, 동백은 져버렸다. 봄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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