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에 싼 ‘5천만’ 원과 손편지 몰래 놓고 간 ‘나눔 천사’

By 이서현

지난 18일 오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사무실 앞에 종이 가방을 두고 간 사실을 알렸다. 그 속에는 한 통의 손편지와 5054만6420원이 신문지로 싸여 있었다.

10원짜리 동전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적금을 들어 이자까지 모두 보내온 모양이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편지에는 “몸이 아파도 가난하여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의 긴급 의료비로 쓰여지길 바랍니다”라며 “내년에는 우리 어르신들이 올해보다 더 건강하시고 덜 고독하고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연말에 뵙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경남모금회 관계자들은 이 익명의 기부자를 ‘나눔 천사’라고 부르고 있다.

나눔 천사가 돈을 보내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는 지난해 1월 ‘불우장애아동자립적금’ ‘불우장애노인희망적금’ 등의 이름이 적힌 4개 통장 사본을 동봉했다.

편지에는 “2011년 8월부터 모아온 적금”이라며 “이들을 위해 써달라. 올 연말 뵙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약속대로 지난해 12월, 1년간 모은 적금 5534만8730원을 기부하며 “내년 연말에 뵜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하지만 올해는 약속보다 빨리 소식을 전했다. 지난 5월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기부했고 이번에 다시 돈을 보냈다.

모금회 관계자들은 네 차례 기부 모두 형태가 유사하고 동봉된 편지의 필체가 같다는 점에서 동인 인물로 확신했다.

전화를 받고 직원이 바로 뛰어나갔지만 나눔 천사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모금회는 나눔 천사가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는 뜻을 존중해 굳이 찾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나눔 천사를 비롯한 모든 기부자에 감사를 전했다.